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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일본 사가현 다케오시 도서관, 다케오 신사, 3000년 녹나무, 다케오 온센, TKB AWARDS

by 물론 머스크 2023. 9. 24.

 

 

 

규슈에 있는 사가현 다케오시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하카타역에서 JR규슈를 타고 3시 8분에 출발하여 다케오온센역에 4시 22분에 도착했습니다. 가격은 2200엔이 나왔는데 발행된 A, B두 개의 티켓을 게이트에 동시에 넣어주어야 하는 게 좀 특이합니다. 

 

한여름의 일본은 너무 더운지라 오후 늦게 출발을 했는데, 창밖으로 일본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1시간도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다케오온센역에 도착하여 나와보니 다케오시에서 주최하는 마을 행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잠시 눈으로 구경을 하고 첫 번째 목적지인 다케오시 도서관으로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무더위를 피해 늦은 오후시간에 이동을 해서 그런지 한낮보다 구름이 많아졌네요. 푸른 하늘을 볼 수는 없었지만 일본 소도시만의 정취를 느끼며 10분 정도를  걷다 보니  다케오시 도서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케오시 인구가 5만 정도인데 연간 다케오시 도서관에 방문하는 사람이 무려 100만 명가량이 될 만큼 일본 내에서 유명한 도서관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서울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이 이곳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다케오시 도서관 포토스팟에서 내려다 본 모습

곡선으로 배치된 서가, 천창을 통해 빛을 받아들여 은은하게 빛나는 나무들은 이 도서관이 자연 속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만들려는 설계자의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되었습니다. 딱딱한 분위기의 고전적인 도서관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 가볍게 잡지를 읽는 공간, 집중해서 공부하는 공간, 토론하는 공간 등 각각의 목적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이 개성 있게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대형서점 내에도 커피숍이 있는 곳이 많이 생겨서 그다지 신기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2013년에 리모델링을 통해 현재의 도서관 형태를 갖추었다고 하니  그 당시에는 꽤나 센세이셔널했을 듯합니다. 

 

다케오시 도서관 평면도

 

혹시라도 유리와 프레임 사이로 빗물이 새기라도 하면 도서관 내부의 책들의 피해가 엄청날텐데(물론 천정에 유리천장이 한 개 더 있긴 했지만)  별도의 완충공간 없이 상당한 크기의 천창을 서가 위에 만든 것으로부터 설계자의 자신감, 시공자에 대한 신뢰 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설계자가 기본설계 수준의 도면만 그리면, 시공회사에서 시공방법을 고려하여 시공도가 포함된 실시설계 수준의  도면을 그려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그 결과물이겠지요.

 

도서관 서가 중앙을 향하는 천창

 

어린이 도서관으로 향하는 연결 캐노피를 떠받히고 있는 작은 기둥들을 보면 숲속의 기둥 사이를 거니는 느낌을 주려고 하는 설계자의 의도도 느껴집니다.

 

 

 

 

 

어린이 도서관은 지붕의 서까래와 도리, 기둥이 철골로 되어있는 점이 옆에 있는 성인용 도서관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구조적인 부분을 달리 한 의도가 디자인 때문인지 모르지만 층고가 꽤 높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촘촘한 기둥으로 인해 더 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다케오시 어린이 박물관

 

다음으로 도서관에서 멀지 않은 다케오신사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다케오 신사로 향한 것은 3000년이 되었다는 녹나무를 보기 위한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다케오 신사 본당의 왼쪽으로 이동하면 3000년된 녹나무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중간에 규슈올레 코스 팻말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제주올레와 같은 걷기 여행코스로 2012년에 생긴 규슈의 제1호 올레길이 바로 다케오 코스라고 합니다. K-콘텐츠를 여기서도 만나네요.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울창한 대나무숲도 나오는데 굵기가 예사롭지 않은 게 3000년된 녹나무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듭니다. 

 

 

코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지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3000년 된 녹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가지들이 울창하게 뻗어있지는 않지만 압도적인 밑동의 크기만으로도 살아온 세월이 예사롭지 않은 게 느껴집니다. 300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지.. 저 녹나무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해봅니다. 

 

 

 '자연앞에 겸손하라'라는 어느 책에서 본 문구에서처럼 3000년 된 녹나무 앞에서 잔뜩 겸손해진 채로 다음 목적지인 다케오 온센으로 이동했습니다. 

 

다케오온센의 누문은 도쿄역과 일본은행의 설계로 유명한 다츠노 긴코라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는데, 옛 서울역을 설계한 츠카모토 야스시가 바로 다츠노 긴코의 제자라고하네요. 다케오 온센 내부에는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관도 있는데, 방문시간이 좀 늦었는지 문이 닫혀있어 구경을 하지 못해 좀 아쉬웠습니다.  

 

 

모든 구경을 마치고 TKB AWARDS에 들러 저녁을 먹었습니다. TKB는 다케오 버거라는 뜻인데, 10년 정도 되었으나 관광객들에게 이미 꽤나 인기 있는 맛집스폿이 된 듯합니다. 차분한 다케오시의 분위기와는 다른  밝고 컬러풀한 매장 밖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매장 내부도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네요.

 

 

메뉴판을 살펴보다 고민 없이 인기 No.1 치즈버거 세트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메뉴일 테지요. 사장 혼자 운영하는 거 같았는데 메뉴 개수가 꽤 됩니다. 

 

 

마침 손님은 저밖에 없어서 주문한 치즈버거 세트가 곧 나왔습니다. 수제햄버거 안의 야채들이 굉장히 신선해 보이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데, 맛도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다케오 온센역으로 돌아오니 아직도 마을 행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몰랐는데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 보기가 어려웠던 것을 생각하니, 아마도 이곳에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와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역 앞에 있는 조형물은 불이 들어오니 한층 더 운치 있어 보였습니다. 

 

 

오래 걸어도 좋을 만큼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나 꽃피는 봄이 오면 몇번이고 더 방문해보고 싶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일본의 소도시 다케오시였습니다.

 

여유있게 다케오시 도서관에 앉아서 스타벅스 커피한잔과 책을 읽어보는 것도 잊지못할 추억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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