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YMPIE
오늘은 캠핑카를 반납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렀다. 여기서 브리즈번까지는 3시간가량이 걸린다. 사실 계획대로라면 어제 Gympie에서 숙박을 했어야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그전에 날이 어두워져 Gympie에서 한 시간 정도 못 미치는 곳에서 숙박을 하게 되어 오늘 달려야 하는 거리가 늘어나게 되었다. 마지막날이라 늦으면 페널티를 지불하게 되는 상황이라 평소보다 더 긴장된 마음으로 캠핑사이트를 나섰다.
1시간 정도를 달려 Gympie에 도착했다. 워홀러 시절 케언즈에서 3개월간 영어를 배우고 처음 일하러 간 곳이 바로 Gympie의 양상추 농장이었다.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지만 외노자로서 땡볕에서 고되게 양상추를 따던 나의 청춘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추억의 장소를 들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15여 년이 지나 방문한 Gympie에 대한 소감은 낯설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시절 아침부터 오후까지 힘들게 일하고 승합차를 타고 같이 일하던 한국인들과 같이 사용하던 숙소에 오면, 피곤에 절어 쉬기에 바빴지 시내에 나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시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물론 일하던 농장도 사전정보 없이 미리 일하고 있던 친구 녀석이 불러서 갔었기에 3주 정도 일한 곳이 어디였는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것은 나뿐만 아니라 당시에 같이 일했던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아빠와 엄마가 20대 때 외노자로서 열심히 돈 벌던 동네이라는 짤막한 설명을 해주니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 웃었다. 작업복을 입고 허리가 부러질 거 같은 통증을 느끼며 양상추를 따던 그때 그 작업순간과 그로부터 15년 후 아내와 두 아이들과 같이 여기에 있는 여행의 순간이 교차하며 세월이 정말 빠르게 흐르는구나 싶었다. 아이들에게 이번 여행이 얼마나 오래 기억에 남아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다.
Gympie에서 간단한 쇼핑을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작은 이벤트가 생겼다. 시내 캠핑카 운전 중에 큰아이가 '아빠, 뒤에 문이 열렸어'라고 해서 봤더니 정말 뒷문이 활짝 열려있었던 것이다. 뒷문이 꽉 닫히지 않으면서 문이 열려버린 것인데, 옆차로의 차를 문으로 칠 수도 있고 차 안에 있는 물건이 밖으로 떨어질 수 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도로 중간에 차를 멈출 수 없어 아내가 얼른 뒷문 쪽으로 이동하여 문을 닫았는데,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뒷문을 닫을 때는 꼭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LOCK을 걸어두는 것이 안전할 듯하다.
BRISBANE
그렇게 또 열심히 달려 오후 2시쯤에 브리즈번 BRITZ사무실에 도착했는데, 3시까지 반납하기로 되어있었지만 도착해서 캠핑카 안의 짐들을 정리하기로 했기에 조금은 여유 있게 도착했다. 빌린 비품등을 반납하고 짐정리 및 캠핑카 내부 청소를 나름 완벽하게 한 후 직원에게 가서 반납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페널티 금액이 있을까 봐 조마조마하게 담당자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헐!' 급하게 오느라 오일 채워오는 것을 깜빡한 것을 깨달았다. 그대로 반납을 하게 되면 리터당 3달러의 요금을 부담해야 하기에 직원에게 몇 시에 문을 닫느냐, 오일 좀 채워오면 안 되느냐라고 물으니 4시 정도에는 자기가 퇴근을 해야 하니 그전에만 오면 된다고 쿨하게 다녀오라고 하였다.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혼자서 15분 거리에 있는 브리즈번 공항에 가서 주유를 했는데 가격이 사악했다. 디젤이 무려 2.09달러/리터인 것이었다. 이번 캠핑카 여행에서 2달러 이내로 주유를 해왔었고, 2달러가 넘으면 비싸다고 생각해 왔던 터라, 2.09달러는 충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거기서 주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주유를 마치고 차고지로 돌아가 담당자에게 검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추가요금은 없었고 무사히 반납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번 여정에서 총 이동거리는 1974km가 찍혔는데, 렌털 후 반납까지 7일을 운행했으니 평균적으로 하루에 280km 정도를 달린 셈이다. 누군가 물어본다면 어린아이들과 함께였기에 중간중간 좀 더 쉬면서 왔으면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7일보다는 2~3일 정도 더 여유 있게 일정을 잡는 편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우리도 모터홈이 아닌 캠퍼반을 선택했더라면 예산의 여유가 생겨 일정을 연장할 수 있었겠지만, 첫 캠핑카 여행이고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캠핑카 내에서의 생활을 쾌적하게 하는데 목적을 두었기에 모터홈을 선택해서 빠듯한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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