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피렌체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불가피하게 여유를 좀 부렸더니 오늘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사에 갔다가 돌아와서 우피치 미술관에 가는 것이 주계획이고 시간이 되면 산 로렌초 성당, 산타크로체 성당과 베키오 궁 등도 가볼 계획이었다.
피사의 사탑에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대성당 역에서 발권기를 통해 티켓을 발권하고 6시 50분에 피사로 출발하는 레지오날레(기차)를 탔다. 숙소가 역 근처라 다행히 비몽사몽 한 상태로 이동하는데도 크게 지장이 없었다.
티켓 구매 후 탑승전에 펀칭기계에 티켓을 넣어 펀칭을 해야하는 점 꼭 유의해야 한다. 펀칭이 되지 않은 표를 소지한 채 검표원에게 단속되면 몇 배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한다.
잠에서 덜 깬상태로 숙소를 나왔던 아이들은 어느새 잠이 깼는지 기차안에서 틈새 공간을 활용하여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1시간 정도를 달리다보니 피사역에 도착했다. 서둘러 역 안에 있는 담배가게(TABACCHI)에서 피사의 사탑까지 가는 티켓(1.5유로/인)을 구매하고 역 앞에 있는 LAM rossa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버스를 탄지 10여분 정도 지났을까.. 버스에 있던 사람들은 다내리고 우리만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때 한 정류장에서 후드재킷의 모자를 둘러쓴 검은 피부의 청년이 아내와 아이가 앉은 좌석 뒤에 앉았다.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있어서 나는 그 총각의 모습을 계속 살필 수 있었다. 자리가 많은데 굳이 거기에 왜 앉는지 궁금했는데, 마침 그 총각 인상이 음.. 머랄까 이탈리아에서 도둑놈들이 많다고 하던데 딱 그럴 것만 같은 인상이었다.
정류장에서 내리면서 가방이나 귀중품을 요구하고 도망가버리지 않을까하는 어딘가에서 들은 상황들을 머리에 떠올리며 상상하니, 귀중품들이 든 가방을 잡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특히 여행사진이 모두 들어있는 아이폰을 노리지나 않을까 싶어 호주머니에 있던 아이폰을 그 총각이 내릴 때까지 꺼내지 않았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고 요즘 세상에 휴대폰 없는 사람이 어딨냐고 그걸 왜 숨기냐며 어이없어했다. 결론적으로는 나의 오버였고, 알지 못하는 그 총각에게 마음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그 사람(?)을 신경쓰느라 잘못 하차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해프닝을 겪고 나서야 마침 피사의 사탑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기울어진 탑의 모습을 보고는 신기해하며 유치원에서 배운 적이 있는데 실제로 보게 되었다며 즐거워했다. 역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오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아내가 옳았다. 아이들이 점점 박물관, 미술관, 교회 등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있는 시점이라 분위기를 환기하는 차원에서도 오는 것이 맞았던 거 같다.
구경을 마치고 역으로 돌아올때는 걸어서 이동을 하였다. 20분 정도 걸리는데 중간쯤에서는 이곳에도 피렌체에서부터 흘러오는 아르노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과 주위 건물들 그리고 건물들이 강에 반사되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반나절 간의 피사의 사탑 구경을 마치고 다시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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